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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章)이 열리는 길목에서

(PHOTO: University of Vienna ©EAEL)

 

대성동을 향한 강냉이의 관심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더욱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학문적 배경을 쌓기 위해 몇몇 유럽의 대학교들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던 것이 벌써 몇 해 전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빈 대학교로부터 합격 소식을 듣고 빈으로 날아온 지는 벌써 반 년이 지났는데, 오랜만에 돌아온 대학 생활은 여전히 낯설고 신선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 강의실 가는 길 마음이 벅차오르는 이유는 지구 반대편에서 강냉이가 혼자서만 고민해오던 한국의 이모저모를 식견 높으신 교수님들과 편견없이 털어놓고 함께 얘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냉이의 학과는 일 년에 스무 명 내외의 학생들만 뽑는 작은 규모인 데다가, 강냉이가 듣는 수업의 강사님들은 한결같이 학생들의 의견에 꽤나 귀기울여 주시며 학생들과의 상호작용도 활발하게 이끌어 주시기 때문에 학교 생활에 있어서는 만족하며 지내는 중 입니다. 지겹도록 배우기만 하며 공부를 해 본 경험도, 어린 학생들과 투닥거리며 그들을 가르치려 노력해 본 경험도 있기에 더 깊이 감사하면서요.

떠나기 전, 처음의 결정과 뜻한 바를 간직하고자 지원서에 적었던 글의 일부분을 따로 떼어 정리해 둔 게 있었는데 이제서야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강냉이가 밟고 있는 대학원 과정은 전부 영어로 진행되고 따라서 지원서 역시 영어로 작성해야했는데, 양이 만만치 않았어서 아직 한글로 번역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웹사이트에만 올려두었고 일단 링크를 걸어두려 합니다.

지원서의 질문들에 답하면서 강냉이네를 짓고 지금까지 오게 된 강냉이의 길에 대해 되새겨보게 되었습니다. 시작할 때의 목표는 쓴 바에서 조금도 거짓이 없었지만, 이십 대의 끝자락에 다다르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녹록치 않은 현실에 부족한 강냉이의 재량으로 부딪혀야 할 순간이 오면 조금은 타협해야 하는 때도 생길 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혼내는 이 없으니 뜻은 높게 가져보렵니다.

강냉이가 있는 대학원 과정에서는 직장을 다니며 동시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사원의 자기계발과 휴식에 너그러운 직장문화와 당사자들의 열정, 무엇보다 나이에 크게 개의치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선택하고 누리는 이들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강냉이의 가족들이 있고 열심히 사회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도 여전히 애착은 갑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강냉이의 길이 있었을 뿐입니다. 머나먼 오스트리아로 오기까지 혼자서 너무나도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고, 아직도 외로운 길은 조금 더 걸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새로운 장(章)을 열게 된 이 길목은 여전히 대성동의 가족들이 없었다면 강냉이는 걸어오지 못했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곳입니다. 오늘도 대성동을 그리며 강냉이는 버릴 것 없는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Beginning of a new chapter <Opinion,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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